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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영화의 도시 부산 영화 [해운대]의 방문객이 900만을 돌파했다는 내용이 지금 시간 MBN에서 흘러 나오네요. 40줄에 넘어가면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해운대는 가족들과 함께 보았답니다. 언제부터인가 부산을 영화의 도시라고 하더군요.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까닭도 있을 것이고, 영화 관련 스튜디오가 들어섰다는 기사도 본 듯하고, 심심찮게 오가는 길에서 영화 촬영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답니다. 가끔씩 주유를 하기도 했던 주유소에서 밤 늦은 시간 영화를 촬영한다며 교통 통제를 하던 것을 본 듯한데, 어느 날 보니 촬영 현장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여져 있기도 했답니다. 사진은 공식 사이트에서 퍼 왔습니다. 영화 [해운대]를 보면서 가졌던 특별한 즐거움. 해운대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습니다. 재난 영화를.. 더보기
무제 탐스런 꽃송이 하나, 약한 가지 누르고 있다. 겨운 듯 겨운 듯 떨고 있는 가지 위의 파안대소(破顔大笑) 산다는 것은 애써 망각하는 일이다. 함박웃음 짓던 유아독존(唯我獨尊)의 꽃송이 하나, 바람결에 맥없이 이파리 날려 보낸다. 산다는 것은 그믐달처럼 사위어 가는 것이다. 꽃 이파리가 그러하듯이. 더보기
연애법 연애하는 법을 잃어버렸다 사랑을 하면서도 닭고기를 씹어야 한다는 미신에 묻혀 돈벌이의 푸닥거리를 하는 동안 연애법은 허물만 남기고 떠나버렸다 가뭇없이. 더보기
물이 된 아내 늦은 밤, 잠든 아내를 내려다본다. 씨근대는 호흡의 물살, 아내는 물이 되었다. 물은 불을 덮고 대지를 휘감는다. 큰 그릇에도 어울리며 작은 그릇에도 넘실거리지 않는 아내라는 이름의 여자. 아내는 물이 되었다. 더보기
사이버 게임 - 골뱅이 3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약속처럼 기다림은 만남을 기대하지 않는다. 너를 기다리며 사이버 게임을 한다. 점에서 원으로, 다시 점에서 원으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사이버 머니는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 너를 기다리는 내 마음의 띠에도 마침표는 없다. 그러한 잠시, 초인종 소리에 자리를 비운 사이 너는 접속 기록만 달랑 남겨둔 채 가고 없다. 오늘도 너를 기다리며 사이버 게임을 한다. 게임 머니는 무한 리필이다. 더보기
보리 따사로운 햇살 머금은 벼는 겸손을 가장하지만 한설을 품은 보리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 법이다. 그저 하늘을 우러를 뿐. 더보기
스패앰 - 골뱅이 2 폐지 위에 골뱅이떼 버둥거리고 있다. 아웃룩의 사산아들. 골뱅이는 뱅글뱅글 돌아간다. 나는 어지럼증에 겨워 예리한 칼날 하나를 집어 눈알을 찍는다. 골뱅이의 처절한 단말마, 스패앰! 더보기
골뱅이 골뱅이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다가 떠오른 또다른 골뱅이, 친구의 킬킬거리는 웃음을 뒤로 한 채 컴퓨터를 켠다 아웃룩에서는 수많은 골뱅이가 뱅글뱅글 요동치지만 고소함도 쫀득쫀득함도 묻어나지 않는다. "사이버는 사이비야" 이죽거리는 친구의 말소리를 들으며 아웃룩을 닫는다. 어느 새 친구는 가고 없고 모니터에서 튀어 나온 듯 비닐막 뒤집어쓴 골뱅이 하나,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골뱅이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다가 친구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만 젓가락으로 집는다. 더보기
신용 시대 낮술을 마신 건가, 아니면 대마초를 흡입한 게 아냐? 조 대리는 휴대폰을 뜨악하니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아내임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출근 이후에는 천지가 개벽을 하더라도 전화를 걸지 말라고 엄명을 내린 것은 신혼 여행지에서였다. 아내는 한 번도 그 말을 어기지 않았다. 무려 7년의 세월이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아내는 금기를 어긴 것이다. 여보, 여보. 큰일 났어. 아니, 큰일이 아니라 대박이 터졌어.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았어. 현대는 신용 시대라고 했잖아?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하지만 참아요. 탑 시크리트니까. 여보, 사랑해요. 아내는 열에 달뜬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말까지 늘어놓았다. 무언가 대박이 터진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더보기
외식 길게 소음을 끌던 진공 청소기의 작동이 멎었다. 현주는 급한 마음에 개수대에서 걸레를 빨기 시작했다. 분주한 손놀림과는 달리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졌다. 부엌과 연한 거실에서는 음량을 한껏 높인 텔레비전 소리에 아랑곳없이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이와 이제 막 입학한 둘째 아이가 까불거리고 있었다. 현주는 걸레를 들고 거실 바닥을 훔치기 시작했다. "비켜. 청소하는 게 안 보여?" 현주는 목청껏 고함을 내질렀지만 그 소리마저 아이들에게는 정월 대보름날의 풍악 소리로 들리는지 짓궂은 장난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사내아이란 머리통이 굵어지면 도대체가 뒷갈망이 불감당이었다. "너희들. 아빠에게 이른다. 한 달 내내 엄마 속만 속였다고." 그제야 아이들이 입을 삐쭉거리며 소파에 덜퍼덕 주저앉았다. 갑자기 집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