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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 조안 리 지음 {내일은 오늘과 달라야 한다}를 읽던 중 언뜻 떠오른 화두 하나. '밀레니엄 버그'가 바로 그것. 밀레니엄 버그(2000년 표기 문제)란 컴퓨터가 2000년 들어 연도를 잘못 인식하면서 전산 시스템 상에 대혼란이 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현 시대를 정확하고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 사건이다. 인류는 바야흐로 진보와 혼돈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16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공포한 그레고리력을 바탕으로 하는 현재의 역법(曆法)은 기독교적인 의미가 강하다. 기독교에서 '밀레니엄(Millennium)'은 정의·평화·번영이 가득한 유토피아적 시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밀레니엄 버그'가 의미하듯 유토피아는 저절로 인류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핏줄과 같이 미세하게 퍼져 있는, 광역.. 더보기
소설 읽기의 여러 잣대 얼마 전의 일이다. 다소 '덜렁기'가 있는 한 여고생이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 기특해서 표지를 들추어보았다. {좀머씨 이야기}란 제목이었다. 꽤 유명세를 탔던 작품이다. 그 아이가 그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유명세 영향이 클 것이었다. 그러나 좀머씨 이야기는 그 아이에게 어렵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 짐짓 물어보았다. 그 아이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며칠 후 다시 그 아이에게 물었다. 그 아이는 대답했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자기의 지적 수준이 많이 모자란 까닭이라며 자책을 했다. 내용을 소화하지 못한 이유가 지적 소양의 부족 때문인가, 아니면 인생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이러한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 더보기
동학 단상 ----------- 東學 斷想 ----------- 안으로만 울음을 삭인 금강 피는 피를 부르고 외세는 외세를 불렀다. 피의 광주, 그날 순이는 울었다. 혁명을 일깨워 준 야학교사는 끝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피의 우금티 잘리운 손목에서 여직 피는 흘러내렸다. 진달래보다 붉은 선홍빛. 적의 가슴에 채 닿지못한 죽창이 파르르 파르르 곰나루 강변 벌거벗은 왜병들은 성기에 묻은 핏자국을 헤아리고 있었다. 그것은 조선 처녀의 영혼 빼앗긴 것은 조선 처녀의 그것만이 아니었다. 터벅머리 농투산이는 안타깝게 말했다 [지금이 때입니다. 入京해야 합니다. 權貴를 축멸해야 합니다.] 전봉준은 단호하게 맞섰다. [때를 기다립시다] 농투산이는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몰락해도 양반은 양반 농민군의 자식은 아직도 농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