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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독서 기출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인간은 정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정보는 인간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인간중심주의와 달리,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은 인간을 정보적 존재의 하나로 간주한다. 인간을 포함한 세계 내 모든 존재는 속성과 행위가 정보로 환원된다는 것이다. 가령 내가 빵을 사는 행위를 하는 것은, ‘내가 빵을 산다’는 정보이다. 이렇듯 속성과 행위가 정보로 환원되는 정보적 존재를 플로리디는 ‘인포그’라고 부른다. 인포그는 정보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이다. 상호 연결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다른 정보를 변화시키는 행위자 즉 주체인 동시에 다른 정보에 의해 변화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내가 친구에게 빵이 맛있다고 말해서 친구가 그 빵을 샀다면, 나의 음성 정보는 그 빵이 지닌 속성이라는 정보에 의해 촉발된 대상이자 친구의 행위라는 정보를 발생시킨 주체이다. 플로리디는 인간을 정보적 상호 연결에 의해 구현되는 인포그의 하나로 본다는 점에서, 인간을 별도의 범주로 분류하는 인간중심주의와 대비된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윤리적 견해의 차이로 이어진다. 존재함 즉 ‘있음’을 ‘경험될 수 있다’는 뜻으로 정의하는 경험주의와 달리, 인포그의 ‘있음’은 ‘상호 연결의 주체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정의된다. 그러한 연결 속에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인포그들은, 동일한 권리는 아니지만 각자의 본성에 적합한 방식으로 ‘있을’ 나름의 권리를 가진다고 플로리디는 주장한다. 자유 의지를 지닌 인간만을 도덕 행위자로 인정하는 칸트 윤리학과 생명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생명 중심 윤리학은 도덕적 주체 및 도덕적으로 대해야 하는 대상의 범위에서 인공물을 제외하지만, 플로리디는 존재하는 것의 내재적 가치를 ‘있음’에서 찾음으로써 인공물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다.


플로리디는 인포그와 그 상호 연결을 망라하는 공간을 ‘인포스피어’라 칭한다.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이 중첩되어 가는 오늘날, 우리의 생활 환경 전체가 인포스피어에 해당한다. 이 공간은 기존의 공간 개념과는 다른 이해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뉴턴이 생각한 공간은 주체나 대상과 관계없는 절대적인 것이었으나, 인포스피어는 대상과 주체가 서로 의존함으로써 존재하는 공간이자 대상이 추상화 층위를 통해서 인식되는 공간이다. 추상화 층위란 주체의 목적이나 관심을 반영함으로써 주체와 대상 사이의 인식적 관계를 매개하는 경로이다. 추상화 층위에서는 그 층위를 선택한 주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속성만 정보로 인식되고 나머지 정보는 생략된다. 예컨대 차량 구매 시, 안전성을 목적으로 추상화 층위를 선택했을 때는 에어백 성능 등의 정보가, 경제성을 목적으로 했을 때는 유지 비용 등의 정보가 인식된다. 이처럼 ㉠ 추상화 층위를 통해 인식되는 정보는 ‘구성’된 것이다. 여기서 구성이란, 주어진 세계를 주체가 택한 경로에 따라 해석하여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즉, 플로리디에 따르면 인포스피어라는 공간은 주체가 발견한 것도 주체가 만들어 낸 허구도 아니다. 정보 철학은 삶의 터전이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한편 인공 지능 등의 비인간 행위자가 인간과 공존하는 현대의 변화를 통찰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14.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있음’의 개념은 경험주의에서 정의하는 것과 같은 뜻을 지닌다.
② 인간과 영향을 주고받는 정보는 모두 음성 정보의 형태로 전달된다.
③ 사물이 지닌 속성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지닌 속성 또한 정보로 환원될 수 있다.
④ 추상화 층위에서 생략되는 정보는 층위를 선택한 주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이다.
⑤ 하나의 정보적 존재는 다른 정보적 존재들과의 상호 연결 관계를 둘 이상 맺을 수 없다.


15. ㉠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포그가 속한 공간은, 오프라인 공간이 아닌 온라인 공간이다.
② 주체가 어떤 추상화 층위를 택하는가에 따라, 인포그는 행위자와 대상 중 어느 하나에만 해당한다.
③ 추상화 층위에 의한 주체와 대상 사이의 매개는, 인포그가 가지는 속성에 대한 인식이 객관적임을 보장한다.
④ 인포그들이 서로 의존함으로써 존재하는 공간은, 추상화 층위를 통해 주체가 전적으로 만들어 낸 허구이다.
⑤ 인포그가 지닌 속성이라는 정보는, 주체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어떤 관점을 통해서 인식하는가에 의존한다.


16. 윗글을 바탕으로 다음의 ㄱ~ㅁ에 대해 판단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ㄱ. 인간은 무엇이 그 본성에 적합한가와 무관하게 다른 인공물들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ㄴ. 모든 정보는 인간의 행위에 의해 발생한다.
ㄷ. 정보는 도구일 뿐이며 인간은 정보와 별개로 존재한다.
ㄹ. 주체가 속한 공간은 그 주체가 어떤 인식적 매개 경로를 택하는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ㅁ. 인공물은 도덕적으로 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① ㄱ은 플로리디의 입장과 상충하지 않는다.
② ㄴ은 플로리디의 입장과 상충한다.
③ ㄷ은 인간중심주의의 입장과 상충하지 않는다.
④ ㄹ은 뉴턴의 입장과 상충하지만, 플로리디의 입장과는 상충하지 않는다.
⑤ ㅁ은 생명 중심 윤리학의 입장과 상충하지 않지만, 플로리디의 입장과는 상충한다.


17. <보기>는 플로리디와 학생이 나눈 가상의 대화이다. 윗글을 참고할 때, ㉮에 들어갈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 기>
학생 : 선생님의 강연을 칸트와 비교하여 듣고, ‘책임의 소재’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자동으로 작동하며 작동 규칙도 변경할 수 있지만, 자유 의지는 없는 인공 지능 교통 통제 시스템(AI-TCS)이 교통 혼란을 일으켰다고 해 보죠. 이 경우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플로리디 : 칸트에 따르면 자유 의지가 있음은 행위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있음을 뜻합니다. 학생이 예로 든 시스템이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질 수는 없지만 나는 칸트와
달리 그 시스템이 도덕 행위자에 포함될 뿐 아니라 도덕적 옳고 그름까지 평가될 수 있다고 봐요. 이처럼 정보화 사회에서는 책임을 질 수 없는 도덕 행위자가 늘어나는 한편,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게 된 인간은 예상되는 결과를 예방적으로 관리하고 전체 인포스피어의 번영을 감독할 책임이 그만큼 커지지요. 인포스피어의 책임 있는 관리자로서의 인간을 나는 ‘호모포이에티쿠스’라 부릅니다.
학생 : 선생님께서는    ㉮     보시는군요.

① AI-TCS는 호모포이에티쿠스에 속하지 않으며, 칸트 윤리학에서 도덕 행위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될 자격을 갖지 않는다고
② 칸트와는 대조적으로, 자유 의지를 지니지 않은 비인간 행위자인 AI-TCS에는 교통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③ AI-TCS와 같은 인공물이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게끔 예방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호모 포이에티쿠스에게 있다고
④ 도로의 교통 통제에 대한 규칙을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변경한 AI-TCS에 대해 도덕적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이 칸트와 달리 가능하다고
⑤ AI-TCS와 같은 인포그들이 상호 의존함으로써 존재하는 생활 환경으로서의 인포스피어를 더 나은 공간으로 가꿔 나가는데 호모포이에티쿠스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인문,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


지문해설 : 이 글은 인간을 정보적 존재의 하나로 간주하는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플로리디는 인간을 포함한 세계 내의 모든 존재에 대해 속성과 행위가 정보로 환원될 수 있는 존재인 ‘인포그’로 보았다. 이를 통해 그는 도덕적 주체와 도덕적으로 대해야 하는 대상의 범위를 인공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는 인포그와 그 상호 연결을 망라하는 공간을 ‘인포스피어’라고 칭했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중첩된 오늘날, 우리의 생활 환경 전체가 인포스피어에 해당한다.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은 삶의 터전이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인공지능과 같은 비인간 행위자가 공존하는 현대의 변화를 통찰한다.


 [주제] 플로리디 정보 철학의 기본 입장과 세계 인식

 


14. 중심 내용 파악


정답해설 : 1문단에 따르면, 플로리디는 인간을 정보적 존재의 하나로 간주하며, 인간을 포함한 세계 내 모든 존재는 속성과 행위가 정보로 환원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사물이 지닌 속성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지닌 속성 또한 정보로 환원될 수 있다는 진술은 적절하다. 정답 ③


[오답피하기] ① 2문단에 따르면, 경험주의에서의 ‘있음’은 ‘경험될 수 있다’의 뜻으로 정의되지만, 플로리디의 정보 철학에서 인포그의 ‘있음’은 ‘상호 연결의 주체와 대상이 될 수 있다’의 뜻으로 정의된다. ② 1문단에 제시된 예시에 따르면, 내가 친구에게 빵이 맛있다고 말해서 친구가 그 빵을 샀다면, ‘나의 음성 정보’는 ‘그 빵이 지닌 속성이라는 정보’에 의해 촉발된 대상이자 ‘친구의 행위라는 정보’를 발생시킨 주체이다. 이를 통해 인간과 영향을 주고 받는 정보가 모두 음성 정보의 형태는 아님을 알 수 있다. ④ 3문단에 따르면, 추상화 층위에서는 그 층위를 선택한 주체의 목적에 부합하는 속성만 정보로 인식되고 나머지 정보는 생략된다. 즉, 생략되는 정보는 주체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이다. ⑤ 1문단에 따르면, 상호 연결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다른 정보를 변화시키는 주체인 동시에 다른 정보에 의해 변화되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정보적 존재들과 둘 이상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 

 

 

15. 세부 내용 추론


정답해설 : 추상화 층위에서는 모든 정보들이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만 인식되고 나머지 정보는 생략된다. 세계에 대한 정보는 주체가 택한 경로에 따라 해석하여 이해한 것이기 때문에 ‘구성’된 것이라고 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인포그의 정보는 주체가 어떤 관점을 통해서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정답 ⑤


[오답피하기] ① 3문단에 따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중첩된 오늘날, 우리의 생활 환경 전체가 인포그가 속한 공간, 즉 ‘인포스피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인포그가 속한 공간을 온라인 공간에 한정하여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② 2문단에 따르면, 인포그의 ‘있음’은 ‘상호 연결의 주체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정의된다. 또한 3문단에서는 인포스피어를 주체와 대상이 서로 의존하며 존재하는 공간으로 설명하고, 대상이 추상화 층위를 통해 인식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인포그는 특정 층위에 따라 행위자와 대상 중 어느 하나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 속에서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③ 3문단에 따르면, 추상화 층위에 의한 주체와 대상 사이의 매개는 주체의 목적이나 관심을 반영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따라서 인포그가 가지는 속성에 대한 인식이 객관적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④ 3문단에서 플로리디는 인포스피어는 주체가 발견한 것도 주체가 만들어 낸 허구도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인포그들이 의존하면서 존재하는 공간이 주체가 만들어 낸 허구라는 이해는 적절하지 않다. 

 

 

16. 다른 견해와의 비교


정답해설 : 2문단에서 플로리디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인포그들은 동일한 권리는 아니지만 각자의 본성에 적합한 방식으로 ‘있을’ 나름의 권리를 가진다고 하였다. 따라서 인간이 무엇이 그 본성에 적합한가와 무관하게, 다른 인공물들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는 진술은 플로리디의 입장과 상충한다. 정답 ①


[오답피하기] ② 플로리디는 세계 내 모든 존재는 속성과 행위가 정보로 환원된다고 보았다. 빵의 속성이라는 정보에 의해 ‘빵이 맛있다.’라는 음성 정보가 촉발된다는 예시를 고려할 때 모든 정보가 인간 행위에 의해 발생한다는 진술은 플로리디의 입장과 상충한다. ③ 1문단에 따르면, 인간중심주의의 관점에서는 인간이 정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정보는 단지 인간의 도구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보는 도구일 뿐이며 인간과 별개로 존재한다는 진술은 인간중심주의와 상충하지 않는다. ④ 3문단에 따르면, 뉴턴이 생각한 공간은 주체나 대상과 관계없이 절대적인 것이다. 이와 달리 플로리디는 인포스피어라는 공간이 대상과 주체가 서로 의존함으로써 존재하며, 추상화 층위를 통해 인식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주체가 속한 공간이 주체가 택하는 인식적 매개 경로에 영향을 받는다는 진술은 뉴턴의 입장과 상충하며, 플로리디의 입장과 상충하지 않는다. ⑤ 2문단에 따르면, 생명 중심 윤리학에서는 도덕의 주체와 도덕적 대상의
범위에서 인공물을 제외한다. 따라서 인공물이 도덕적으로 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진술은 생명 중심 윤리학의 입장과 상충하지 않는다. 반면 플로리디의 입장은 도덕적 고려의 대상을 인공물로까지 확장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진술과 상충한다. 

 

 

17. 구체적 사례 적용


정답해설 : <보기>에 따르면 플로리디는 칸트와 달리 AI-TCS가 도덕 행위자에 포함될 뿐 아니라 도덕적 옳고 그름까지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플로리디는 AI-TCS를 책임을 질 수 없는 도덕 행위자로 본다. 그러므로 AI-TCS에 교통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보는 것은 플로리디와 칸트 모두의 입장에 해당한다. 정답 ②


[오답피하기] ① <보기>에서 호모포이에티쿠스는 인포스피어의 번영을 감독할 책임 있는 존재로서의 인간이며, 책임을 질 수 없는 도덕 행위자와 구별된다. 플로리디는 AI-TCS를 도덕 행위자로는 간주하지만, AI-TCS에 책임을 지울 수 없으므로 호모포이에티쿠스로는 간주하지 않는다. 한편 칸트 윤리학의 관점에서 AI-TCS는 자유 의지를 갖지 않는 인공물이기 때문에 도덕 행위자가 되지 못하는 존재이다. ③ <보기>에서 호모포이에티쿠스는 책임을 질 수 없는 도덕 행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포스피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인간을 가리킨다. 플로리디는 호모포이에티쿠스가
AI-TCS와 같은 인공물이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예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④ 칸트는 자유 의지를 지닌 인간만을 도덕 행위자로 인정하므로,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AI-TCS와 같은 인공물은 도덕적 주체나 도덕적 평가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반면 플로리디는 AI-TCS와 같은 인공물에 대해 도덕적 옳고 그름까지 평가될 수 있다고 보았다. ⑤ 플로리디의 관점에서 AI-TCS는 인포그로서 인포스피어에 존재하며 다른 인포그들과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한다. 그는 AI-TCS와 같이 책임을 질 수 없는 도덕 행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포스피어의
번영을 위해 호모포이에티쿠스의 역할이 강조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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