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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골뱅이

골뱅이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다가
떠오른 또다른 골뱅이,
친구의 킬킬거리는 웃음을 뒤로 한 채
컴퓨터를 켠다
아웃룩에서는 수많은 골뱅이가 뱅글뱅글 요동치지만
고소함도 쫀득쫀득함도
묻어나지 않는다.
"사이버는 사이비야"
이죽거리는 친구의 말소리를 들으며 아웃룩을 닫는다.

어느 새 친구는 가고 없고
모니터에서 튀어 나온 듯
비닐막 뒤집어쓴 골뱅이 하나,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골뱅이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다가
친구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만 젓가락으로 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