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단편소설] 사람이 결코 알 수 없는 일

 

1.


그 여자를 기억의 회로 속에 재생하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까마득한 세월의 저편, 그 여자는 뭉크의 <절규>로 작별을 고한다고 했던가. 상투적이고 진부한 사은유(死隱喩)로 인해 코웃음을 쳤던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당시의 정황이 분명하지 않다. 아무렴 어떤가.

 먹다 남은 피자 반 판, 바닥이 거의 들여다보이는 오렌지 주스 페트병, 날계란 세 개, 캔맥주 여섯 개, 안주거리와 주전부리를 위해 사 둔 싸구려 비스킷. 220리터들이 냉장고 속에 담겨진 먹거리라곤 이것들이 전부였다. 나는 캔맥주와 식어버린 피자 조각을 집어들고 냉장고 문을 밀쳤다.

 고작 서너 걸음을 옮기자 천으로 덮인 소파가 가로막는다. 소파 뒤는 벽이다. 아슬하게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다. 복채(卜債) 대신이라며 막치 그림이나 그려대는 환장이 친구 녀석이 떠맡기다시피 한 그림이다. 내용이 묘하다. 낭떠러지의 끄트머리쯤에 앙상한 가지의 나무 한 주가 서 있고, 새는 가지 끝을 약간 비켜나 있다. 날개는 이제 막 펼치려 하는 것인지, 접으려 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 앞에서 한 사내가 여백 같은 하늘―하늘에는 구름 한 점 묘사되어 있지 않다.―을 올려다보고 있고, 한 여자가 그러한 사내를 몽롱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당최 마뜩찮다. 모든 것이 어긋나버린 듯한 느낌이다. 녀석은 그림 한 점을 유작처럼 나에게 전해주고서는 종적을 감추었다. 하지만 나는 떠나간 녀석에게 관심이 없다. 애초에 녀석은 내 오관 밖에 머물러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태 그 그림을 버릴 염을 내지 못했다. 어떤 질긴 예감 같은 것. 얼굴을 가린 신부처럼 예감은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그러나, …….

 바깥은 여전히 왁시글덕시글했다. 일요일 늦은 햇살을 즐기는 조무래기들이 많은 탓인지 모르겠다.

 습기 배인 열세 평 아파트 안은 소파의 등받이가 눅눅했다. 베란다 창을 열고 통풍을 시킬까 하는 생각이 얼핏 스치기는 했지만 체념한 작부처럼 눅진한 등받이에 다소곳이 등을 밀착시켰다. 그리고는 캔맥주의 따개를 딴 후 한 모금을 들이켰다.

 여자는 상투적인 만남을 싫어한다고 말하곤 했었지만 결국 관습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혹여 연락주시겠어요? (015-538-189X)

 사흘 전이었던가. PC 통신에 접속했을 때 초기 화면에 뜬 단문 하나. 메일도 아닌 메모로써 여자는 소통을 시도했었다. 우선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발신자의 이름과 아이디였다. 아이디, 향기나무. 이름, 윤아름. 아름이라는 이름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향기나무라는 아이디는 시든 배추이파리처럼 늘어진 오관의 촉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쾨쾨하고 때로는 식초 냄새로만 질펀하게 채워진 세상에 향기를 뿜는 나무가 아직도 튼실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상상, 얼마나 유쾌해 했던가.

 나는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신선하긴 했지만 생소한 까닭이었다. 스쳐 지난 숱한 인연 속에서 윤아름이라는 이름은 기억의 벼리 속에 담겨 있지 않았다. 내가 가입한 통신 회사는 실명제를 원칙으로 하는 업체였다. 따라서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은 나와의 무관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발신자가 수신인을 순간적으로 착각한 것이겠지. 바람줄기가 퀭한 가슴속에 끈끈한 물기를 남기며 관통했다. 그날 밤, 통신 바둑에서 나는 3전 3패했다.

 약수(弱水)는 없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이튿날에도 접속 화면에 메모가 떴다. 이번에는 보다 자극적이면서 동시에 암시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약수'의 의미를 얼른 이해하지 못했다. 하릴없이 몇 년만에 처음으로 국어 사전을 뒤적이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내가 가진 민중서림판 엣센스 국어 사전에는 '약수'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았다. 앙바틈히 발신인은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고자 했지만 우둔한 나로서는 도저히 그 의미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안달이 났고, 종아리 부분에 쥐가 남을 느껴야 했다. 자판을 두드리지 않는 시간이 길었음인지 이윽고 접속 상태는 자연 해지되었다.

 오래지 않아 재접속을 시도했다. 그리고 메모 기능을 기동했다.

 주신 글 읽었습니다만 누구신지 언뜻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즐거운 통신 되세요...

 고작 온점 두 개의 문장이 허전했음일까. 나는 마지막 문장에다 마침표를 세 개씩이나 찍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팔팔 꿈나무가 아니던가요? 연락 기다릴게요.

 세 번째 날아온 메모를 읽으며 서서히 흥분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랬다. 올림픽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던 쌍팔년에 대학 신입생이 된 우리들을 사람들은 곧잘 팔팔 꿈나무라고 불렀고, 그것은 어느덧 우리만의 애칭이 되었던 것이다. 분명한 것은 잘못 전해진 메모가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나의 신경계는 되감기 버튼과 재생 버튼 사이에서 활발하게 무자맥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귀소성 물고기처럼 거센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고자 하는 안타까운 몸짓은 번번이 좌절되었다. 갯솜처럼 묵직해진 뇌 상태를 자각했을 때 더 이상의 회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갈무리해 둔 향기나무의 호출 번호를 확인했다. 그리고 향기나무의 잔가지에 내 음성을 묻히고, 휴대폰 번호를 남겼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다. 나는 연신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맑은 향기가 곰팡내 나는 내 영과 육을 말끔히 씻어주길 기대했던 게다. 여자는 베팅을 즐길 줄 알았다.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만큼 내 상상력은 한껏 자극을 받은 까닭이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상상의 머리와 꼬리가 뒤엉키기 시작했을 때 나는 외출복을 몸에 걸쳤다. 그리고 캔디 휴대폰을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캔디'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내 입가에는 절로 쓴웃음이 맺혔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로 시작하던 캔디 만화의 주제가. 온종일 캔디는 울지 않았다. 울지 않는 휴대폰이 씁쓰레했다.

 어디에 가겠다는 요량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무작정 차를 몰았다. 관성의 법칙에 의해 지배를 받는 것처럼 차는 어느덧 해안가를 끼고 있었다. 딴에는 직진한답시고 달리지만 양발 길이의 차이 때문에 제자리 맴만 도는 타조처럼 일탈을 꿈꾸면서도 한 번도 생활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만 같다. 드라이버라는 게 매번 같은 바닷길만 달리는 까닭이다. 그 여자의 흔적을 처음으로 감지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캔디 휴대폰만을 바라보며 기다려야 하는 갑갑증을 이기지 못해 열세 평 아파트를 차고 나왔을 때처럼, 까마득한 기억 저편의 어느 날, 일상성의 일탈을 꿈꾸며 찾아든 바닷가. 그 날 한 여자를 만났었다. 여자는 '운명'이라고 표현했었지만, 나에게 그 말의 의미는 그저 신파극의 다른 명명법에 불과했었다. 통신상에서의 이름은 여자와 무관했지만 어쩌면 빌린 아이디인지도 모르겠다.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나는 재회의 기쁨보다는 성가시다는 느낌에 진저리를 쳤다. 운전중이라는 핑계로 내가 먼저 전화를 끊자고 했던가, 아니면 그 여자가 먼저 통화를 그만두었던가. 여자는 메일을 남겨 두었으니 답신을 해 달라고 했다. 빌린 아이디이니 조심스런 내용으로 답해달라고 했던 것도 같다. 향기나무라는 아이디는 자기가 정해주었다는 뱀다리를 달기도 했다. 나에게 조심스러울 것은 없다. 답신을 보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그 말을 여자에게 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나는 간밤에 그 여자에게서 온 메일을 읽었다.

 제목이 '거꾸로 강을 거슬러'였던가. 20대의 거짓 열망도 지나가고 이제 서른의 문턱을 넘어서며 또다시 그대 이름을 기억 저편에 묻는다, 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다. 또 이런 구절이 있었던가. 지나간 세월을 반추해 보았어요. 너무나 긴 세월, 그리움에 울고 발등을 찍어도 세월의 강을 망각의 강을 건너왔음을……. 그때도 그대 옆에 서면 당당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며칠 사이에 해쓱해진 내 모습. 무덤덤한 아저씨. 이런 제가 바보 같죠? 보고 싶어요. 자꾸 눈시울이 젖어와요. 사랑해요. 그러나 그대 목소리는 쓸쓸해요. 동해 백사장에서 남해 백사장까지의 모래가 손가락 사이를 흘러내리듯…….

 바깥에서는 아직도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벌이 앵앵거리듯 공허하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손에 들려 있는 캔맥주를 기울여 목젖 너머로 털어 넣었다. 피자로는 속이 데워지지 않았는지 명치끝으로 흘러내리는 알코올 기운이 선명했다. 불쾌하지는 않았다.

 한번 접속을 시도한 여자는 끈질기게 소통을 요구할 것이라는 짐작은 쉽게 가늠이 가는 일이었다. '우연이라는 이름의 필연'으로 만났다고 항변하던 여자. 그러나 기억 속의 여자는 향기가 없었다. 향기의 추상성 대신에 광기의 구체성만이 가득했다.

 나는 빈 캔을 손으로 일그러뜨리며 소파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새로운 캔을 손아귀 가득 쥔 채 소파 뒤의 벽에 붙은 그림과 마주했다. 여전히 그림 속의 새는 날개를 접으려는 것인지 펼치려는 것인지 애매한 자세로 이파리 하나 붙어 있지 않은 가지에서 약간 비켜나 있었다. 그 그림을 내동댕이치고 싶은 욕구가 토사물이 솟구치듯 속을 까뒤집었지만 애써 억누르며 소파에 눌러 앉았다. 얼치기 환장이 녀석이 유작처럼 나에게 건네주었을 때는 어떤 특별한 연유가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파에 주저앉자마자 여자는 다시금 내 머리 속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나는 여자를 내 머리 속에서 떼어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복채는 두둑이 준비하겠노라며 어르던 사장과의 개인 면담을 그럴 듯하게 넘길 수 있는 묘안을 짜내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여자는 끈적이에 들붙은 채 발악을 해대는 쥐처럼 비비적거렸다. 기가 막힌 주객전도 현상이었다. 내 머릿속은 결코 끈적이가 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여자가 끈적이도 아니었다. 내가 쥐의 형상이 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여자가 쥐의 형상이 될 수도 없었다.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곧장 베란다를 향해 돌진했다. 베란다 창을 열고 한껏 숨을 들이켰다. 여자의 생각에 매달려 있을 수가 없었다. 사장과의 개인 면담에 대해서 정신을 집중해야만 하는 것이다.


2.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믿는가?"

 사장은 나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 말머리를 열었다. 나는 얼른 대답을 주워섬기지 못했다.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쟁반접시에 내려놓았다. 손이 떨렸던 까닭인지 찻잔과 쟁반접시가 부딪치며 일으키는 딸그락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사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사장의 표정은 내 말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는 아니었다. 사장은 지긋이 눈을 감고 있었다. 턱에는 봉분을 덮고 있는 쑥대머리 같은 수염 자국이 까칠했다. 회사가 끝내 부도 처리될 것이라는 소문이 사내에 파다했지만 나 같은 말단 직원으로서는 진위를 알아낼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하긴, 손금 도사에게 운명이란 거스를 수 없는 물줄기겠지."

 할 말이 남았음인지 사장의 아랫입술이 달싹였다. 그러나 벌어진 입술에서는 거친 숨소리만 새나올 뿐이었다. 나는 민망한 느낌에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저는 운명이란 걸 믿지 않습니다. 운명이란 단어는 거지발싸개 같은 것이니까요. 사실, 저는 손금을 볼 줄도 모릅니다. 왼손을 보아야 하는 것인지 오른손을 보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답니다. 제가 손금을 보아주는 일은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말들을 끄집어내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에게 충고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 손금을 빙자하여 우회적으로 제 뜻을 전하는 겁니다. 손금 도사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사람에 대해서 제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사장님.

 그러나 나는 이러한 말을 차마 끄집어낼 수가 없었다.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한 사장에게, 더욱이 곤경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사장에게 나의 이러한 말은 그저 흰소리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번연히 알고 있는 터였다.

 "막스 노이만이라는 독일 화가를 알고 있는가?"

 "……?"

 "<사람이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을 우연히 관람한 적이 있었지. 그게 언제였던가……. 쯧. 그런 게 중요한 것은 아닌데 말이지……."

 "……?"

 "상상해 보게. 건장한 신체를 가진 벌거숭이 남자가 구부정하게 허리를 숙이고 있어. 그런데 머리는 온통 까망이야. 형체조차 제대로 구분되지 않아. 남자의 등이 휘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자기 몸의 몇 배의 무게가 나가는 말(馬)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야. 말은 금새라도 쓰러질 것만 같아. 그런데 말의 등에는 기수가 경악의 표정을 띤 채 올라타 있어. 그림의 오른쪽 아래 구석진 곳에는 원탁이 놓여져 있고, 그곳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쳐. 어쩌면 위에서 아래로 선지피가 쏟아져 내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림의 내용이 상상이 되는가?"

 나는 애써 머리를 쥐어짜는 듯한 시늉을 해 보였지만 퍼즐은 쉽게 완성될 것 같지 않았다. 퍼즐의 완성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사장을 향해 눈길을 주었다.

 "<사람이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란 운명이 아니겠나? 낙마(落馬)의 두려움에 떨면서도 경주에서 이기기 위해 채찍질을 해댈 수밖에 없는 기수의 운명이 우리들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하는 것이겠지. 다행히 종주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머리는 까망으로 비워둔 것일 게야.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니 말이지. 흐흐."

 사장의 입에서 신음 소리 같은 게 새나왔다. 처절한 느낌 때문에 나는 사장에게서 고개를 외로 꼬았다.

 "이제 내 손금을 보아주게. 내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자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어. 다른 건 필요 없고 재물운만 보아주면 되네."

 사장은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선뜻 사장의 손길을 받아낼 수가 없었다. 나에게 손금을 보는 능력은 없었지만 손금을 빙자하여 충고나 격려의 말은 누구에게도 할 수 있었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사장에게 해줄 말은 정해져 있었다. 한때 고생은 있겠지만 고비만 잘 넘기면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제 그 말은 감히 할 수가 없을 것만 같다. 사장의 고통스런 신음 소리를 통해 회사의 운명이 너무나 선명하게 나에게 전달되기 때문이었다.

 사장은 재촉하듯 손을 허공에다 휘저었다. 하릴없이 사장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짐짓 손금을 들여다보는 흉내를 내었다.
 "말년에 운수 대통할 형국입니다."


3.



 그리워요. 아직도 내 입술에 남아 있는 당신의 체취를 떠올리고 귓불이 붉어지는 날이 많답니다. 사랑하는 당신. 아사코의 세 번째 만남처럼 끝내 아니 만나야만 우리의 인연이 아름답게 채색되는 건가요?

 실업에 대한 공포심을 떨치기 위해 통신 바둑이나 둘까 하고 접속했던 나는 그 여자가 보낸 메일을 읽고서 통신 상태를 해지해 버렸다. 접질리진 발목처럼 명치끝이 시큰거리긴 했지만 이내 그러한 기분은 온데간데없었다. 연두색이 고왔던 아사코의 우산 같은 아련한 기억이 나에게는 실재하지 않았다.

 사랑은 한 순간의 메타포로 다가온다고 했던가. 그랬다. 처음, 여자는 학이었고, 자유였다. 그 날 그 시간에 내가 왜 방파제에 갔었던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여자는 얼굴을 반쯤이나 가린 커다란 선글라스를 끼고 방파제에 등을 붙인 채 대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힙에 착 달라붙은 청바지를 입은 여자의 다리가 늘씬했다. 팔짱을 끼고 있는 여자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햇살이 투명하죠? 바다에는 햇살마저도 맑답니다. …… 상습범이라고 생각 마십시오. ……. 자장의 힘이 너무 강해서……"

 나는 말을 맺지 못하고 대충 얼버무렸다. 여자는 잠깐 동안 나를 일별했지만 이내 대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선글라스에 가려진 여자의 눈빛을 읽을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긴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한 느낌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그 순간 나는 천금 같은 시간이 흘러간다고 생각했었다. 이윽고 내가 말했다.

 "이곳은 야경이 훨씬 아름다워요. 밤이면 멸치잡이 배가 불을 밝히는데 점점이 흩어진 불빛들이 동화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죠."

 진부한 표현. 나는 목구멍이 옥죄어오는 듯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술기운에 이곳을 찾을 때면 김남조의 <겨울 바다>란 시를 읊조리곤 해요. 아시죠, 그 시? 허무의, 불, 물 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그 구절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어떤 땐 미친 듯이 그 구절만 주절거리곤 하는데, 그럴 때면 사람들이 날 미친놈 보듯 해요."

 내 말은 허방을 디디는 듯 계속해서 엇나가고 있었다. 나는 가끔씩 여자를 힐끗거렸지만 여자는 나의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날고 싶어요."

 설렘이 지루함으로 변할 때쯤 여자가 말했다.

 "네?"

 여자의 말을 못 알아들었기보다는 의미를 얼른 깨닫지 못해 되물었던 것 같다.

 "날아가고 싶다고요."

 벌써 5년 세월 저쪽의 일이었다.

 여자에게 있어 나의 메타포는 무엇이었을까? 군자 아니면 바보? 아마 그랬을 것이다. 여자를 처음 만난 날, 우리는 늦은 시간까지 해풍을 받으며 백사장에서 소주잔을 기울였고, 여관에 들었다. 나는 성급하게 여자의 배 위를 올라탔고, 여자는 나의 뺨따귀를 때렸다.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그것은 귀여운 앙탈처럼 여겨졌다. 그럼에도 나는 여자와 그 짓을 하고픈 충동이 씻긴 듯이 사라져버렸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달랐다. 육체성을 지켜준 것에 대해 감격해 하는 눈치였다.

 여자와의 기억을 곰비임비 떠올리면서 나는 가늘게 한숨을 뱉었다. 직관의 허망함. 메타포는 직관이라는 숙주에 빌붙어 사는 놈이었다. 왜 여자에게서 학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일까? 왜 자유의 냄새를 맡았다고 착각했을까? 여자는 그 날의 만남을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표현했지만, 필연의 흔적은 내 삶의 자취 어디에도 묻어나지 않았다.

 여자에게 답신을 보낸다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의무에 가까운 일이었다. 의무? 내 머릿속은 갑자기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 여자에게 지켜야 할 의무는 없었다. 오히려 그것은 여자의 광기로부터의 도피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컴퓨터를 기동하고 커서가 깜박이는 모니터 속을 들여다보았다. 천형(天刑)을 받은 걸귀(乞鬼)처럼 쉼 없는 커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빨아들여야만 하는 운명. 그것은 맹목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내 상상력은 엉뚱한 곳으로 촉수를 내밀었다. '0'과 '1'의 데이터적 시각에서 본다면 그것은 필연이다. 그러나 인간의 관점에서 본다면 맹목에 불과한 일이었다. 여자는 그 날의 만남을 필연이라 말했지만 나에게는 운 나쁘게도 엉덩방아를 찧은 일에 불과했다.

 모니터가 화면 보호 상태가 될 때까지도 나는 아무런 문장을 떠올리지 못했다. 단호함이 능사는 아니다. 다이아몬드를 가공할 수 있는 것이 물과 흙이라는 기막힌 역설. 그러나 여자에게는 보다 단호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은 이내 꼬리를 사렸다. 여자를 자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화면을 입력 상태로 만든 후 천천히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마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바라볼 그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없다면 맹목이고 집착일 따름이죠. 맹목의 공허함이란 일찍이 얼마나 경험했던 일인가요. 필연이라 생각한 많은 일들이 사실은 우연의 연속에 지나지 않았음을 세월은 말해 줍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모든 일들이 직관에 의한 메타포 부여에 불과한 것임을 연륜은 또한 말해 줍니다. 감정이란 흘러가는 물과 같아서 가슴이란 웅덩이에 고일 수가 없답니다. 때로는 그것이 영원인 양 착각한 채 내 가슴속에 가두어두려 용틀임을 해 본들 마찬가지입니다. 흘러간 시간은 그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들에 대해 맹목의 집착을 시도하는 순간 아름다움은 소멸되어 버립니다. 맹목이란 인간의 기를 소진하게 할지언정 결코 재생의 거름이 될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나는 소통을 거부한다는 내 진의를 여자가 읽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여자에게 메일을 띄웠다.

 사나흘이 지나갔다. 캔디 휴대폰은 '울지 않았고', PC 통신의 초기 화면에서도 그 여자와 관계된 메모 또는 메일은 뜨지 않았다. 나는 서서히 방심하기 시작했다.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 햇살은 더욱 따사로운 법이었다. 퇴근 후 통신에 접속하면 통신 바둑을 두는 일로만 소일했다. 회사와 관계된 뒤숭숭한 소문 때문에 좌불안석이긴 했지만 나 같은 말단의 처지로서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나의 방심을 조롱하려는 듯 달이 바뀌는 첫날 여자에게서 메일이 왔다.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조지훈의 시구였다. 편지의 말미에는 무언가 또 계획을 세워보는 초하룻날입니다, 라는 말도 쓰여 있었다. 나는 쓴맛을 다셨다. 그 여자를 다독거리려던 내 의도는 빗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4.



 "여자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 놈이 어째 장가는 못 가냐?"

 철규는 노래방 주인이 안주거리로 내놓은 새우깡을 아삭아삭 씹으며 말했다. 룸에서 다른 동창 녀석이 악을 쓰며 부르는 노래 소리가 휴게실에까지 들려왔다. 동기들 몇몇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는 날이었다.

 "그 여자가 싫은 이유가 뭐냐?"

 "광기가 두려워."

 "광기? 죽자살자 너에게 매달리는 게 광기라는 게냐? 그러니까 임마. 넌 장가를 못 가는 거야. 복에 겨운 줄 모르고."

 "야! 너도 그 여자에 대해 알잖아?"

 대거리를 하는 내 목소리가 컸던 까닭인지 카운터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고 있던 주인이 우리 자리를 힐끗거렸다.

 "학이 비상하는 것 같다느니, 자유의 냄새를 맡았다는 말들은 그럼 곰 좆 터는 소리였어?"

 나는 대답 대신 철규를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 철규는 나에게서 고개를 외로 꼰 채 새우깡만 씹어댔다. 잠깐 동안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철규가 말했다.

 "근데, 너 요즘도 손금 보냐? 이젠 반풍수 노릇 그만 해라."

 나는 딴청을 부리려는 철규의 태도에 부아가 돋았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그 여자의 이야기를 술자리에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혔다. 내가 없는 다른 술자리에서 고작해야 안주거리로 씹힐 이야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윤봉한이 알지? 박민우도 알지? 네가 왕년에 손금 도사로 이름을 날릴 적에 네 밥이었잖아? 근데, 네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어."

 "……"

 "운 좋으면 마누라 덕으로는 먹고 살겠다던 봉한이는 7급 검찰 공무원으로 빵빵하게 살고 있어. 호위호식은 못 해도 평생 안정적인 생활을 할 것이라던 민우는 여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빈둥거리며 살고 있지."

 "봉한이는 나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걸. 내 충고가 없었다면……"

 "충고?"

 철규가 내 말의 꼬리를 낚아채는 바람에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민우는 누가 보더라도 모범적인 학창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 비하면 봉한이는 양아치의 삶에 다름 아니었다. 두 사람의 미래는 너무나 뻔한 듯이 보였다. 한 사람은 모범적인 사회 생활을 해 나갈 것이고, 한 사람은 기껏해야 과일 행상이나 할 것 같이만 느껴졌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날 봉한이의 손을 붙들고 얼치기 손금장이의 흉내를 내었던 것이다. 손금을 보니 기가 흩어져 있어. 기를 모이게 하려면 사람들과의 관계를 좁혀야겠어. 사람들에게 네 기가 빨린단 말이야.

 "뭘 충고했다는 거야? 봉한이는 널더러 악담이나 늘어놓는 형편없는 저질이라고 하던데."

 "……, 운명이란 게 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숨이 새나왔다.

 "운명? 아직도 반풍수 흉내 내자는 거야?"

 철규는 혀를 차는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 때 내 머릿속에는 거실의 소파 뒤에 걸려 있는 그림이 떠올랐다. 혹시 철규는 얼치기 환장이 녀석의 소식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녀석에 대해 물어 보았다. 철규는 모른다고 짧게 대답했다. 동기들 중에서는 마당발로 소문난 철규의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녀석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룸에서 놀고 있던 동기들이 우리들에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성화였다. 우리는 룸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자정을 넘긴 뒤였다. 소주와 맥주가 범벅이 된 까닭인지 머리 속이 지끈거렸다. 조갈증 때문에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끓여둔 물이 없었다. 하릴없이 수도꼭지를 튼 채 입을 들이밀었다. 녹내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꽤 술을 마신 것 같은데도 쉬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통신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 여자의 또 다른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게 죄인가요? 이틀 동안 신열을 앓았어요. 당신의 이름을 되뇌더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얼굴을 붉혔습니다. 아! 무의식마저도 지배하는 당신. 이렇게도 당신의 자리가 컸던 것을……. 함께 맞이하는 아침을 감히 꿈꾸어 봅니다.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가만히 속삭여 봅니다. 사랑해요.

 나는 얼굴을 감싸안았다. 취기 때문인지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군자 아니면 바보.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바보는 아니에요. 그렇다면 당신은 필시 군자입니다. 여자의 육체성을 지켜준 대가로 나는 어느 틈에 여자에게 군자로 각인되었었다. 하지만 그날 밤은 단지 회가 동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나에게 잘못이 있었다면 여자와 함께 한 이부자리 속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례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일상성의 일탈을 위해 찾아든 바닷가에서 너무도 일상적으로 여자를 만났으나 마지막 순간에 일탈을 했다는 것이 업의 굴레를 뒤집어쓸 줄은 미처 몰랐다.

 여자에게 남아 있는 감정의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한 번은 여자를 만나주어야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만나서는 어찌할 것인가? 여자를 설득할 요량이 없었다. 촌충의 마디마디가 끊어지듯 여자에 관한 생각은 갈피를 잃고 있었다. 아니, 꽁지 끊긴 촌충이 머리 속을 헤집고 드는 듯 여자에 관한 생각으로 머리 속이 온통 가려웠다. 비듬을 긁어내듯 열 개의 손가락 갈퀴로 머리를 헤집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야 머리 속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하나의 이미지가 다가왔다. 나는 천천히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향기나무와 아이디를 공유하시는 분께.

 우언(寓言)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새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크고 발이 빠른 새인 타조는 키가 3미터나 되고 급하면 시속 90킬로미터까지 낼 수 있답니다. 그런데 타조에게는 재미있는 습성이 있죠. 위급해지면 딴에는 직진한답시고 달리는데도 필경은 거대한 원을 그리고 만답니다. 타조가 거대한 원을 그리며 달리게 되는 사정은 타조의 두 다리의 힘이 똑같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힘이 똑같지 않은 다리로 달리다 보면 몸은 힘이 약한 쪽으로 쏠리게 마련이 아니겠습니까. 방향을 수정할 새도 없이 꽁지 빠지게 달리는 타조는 이렇게 해서 거대한 원을 그리고 만답니다. 타조의 거대한 원을 파멸의 상징이라고 할 수는 없을까요? 그러나 파멸의 씨앗을 제 습관에 담고 있는 게 어디 타조뿐이겠습니까?

 사람에게도 두 개의 다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육체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한쪽은 정신성이라 불리는 것이죠. 또는 남성과 여성이라고 불러도 좋겠습니다. 어차피 남녀가 만나 결합하는 것이니까요. 분명한 것은 두 다리의 균형이 어긋나게 되면 필경 파멸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타조가 가르쳐준다는 것입니다. 당신과 나누었던 지난 시간들을 시나브로 곱씹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를 떠받치고 있는 다리 중의 하나만이 지나치게 비대한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것이 육체성이냐 여성이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 이제 냉정하게 판단합시다. 우리의 만남이 당신의 말처럼 필연이고 월하 노인(月下老人)이 맺어준 연분임이 분명하다면 타조처럼 한쪽 다리만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불나방처럼 파멸의 불구덩이로 스스로 달려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견우와 직녀의 만남이 아름답게 추억되는 까닭은 다리의 쏠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대의 행복을 빌겠습니다.

 메일을 송신하고 났을 때는 희끄무레한 기운이 세상을 덮고 있었다. 어느 결에 밤의 악령은 물러가고 빛의 전사가 풀무질을 하기 위해 힘찬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었다. 새삼 조갈증을 느꼈다. 그제야 잊고 있었던 취기가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수도꼭지에 입을 들이밀어 물을 들이켰다. 조갈증은 한결 가셨지만 안개밭을 헤매는 듯 머리 속은 흐릿했고, 목덜미가 뻐근했다. 뜨거운 물로 몸에 들붙은 눅눅한 기운을 씻어내기 위해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몸에서 묻어 나는 물기를 닦아내고 있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시계를 보았다. 출근을 재촉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이었다. 치질 환자 같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깼냐?"

 철규였다.

 "너, 어제 그림 그린다는 놈에 대해서 묻지 않았니?"

 소파 뒤의 벽에 붙은 그림을 퍼뜩 쳐다보며 나는 긴장이 되었다. 철규의 포충망에 녀석이 걸려든 모양이었다.

 "마누라가 미쳤는지 댓바람부터 집안 대청소를 한다고 법석을 떨잖아. 창고 문을 여니까 모조 그림이 한 점 나오더라. 그 녀석이 지방에서 화랑을 연다고 개업 인사로 보내온 것이었어. 깜빡 잊고 있었지 뭐냐. 너에게는 보내지 않았니?"

 나는 한동안 망연자실했다. 싸구려 모조품을 유작으로 착각하며 내 정신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내 입에서는 절로 씨부렁거림이 나왔다.

 출근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렀다.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에야 나는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