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05/29 뉴스메이커 72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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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국어 대표, 생활속 논술적 사고 강조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학이 2008년도 대학입시에서 통합형 논술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지난해 수능이 끝난 직후 서울 강남 학원가에는 유명 논술학원의 강의를 들으려는 지방학생들이 대거 상경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논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근본적인 교육의 목표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통틀어 교육의 기본목표가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것이고, 이를 위해 지식 습득과 인성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교육은 인성·창의성·자율성 교육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개인의 수용성이 아닌 수용하기까지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가치관과 사고력, 논리력 등을 비중있게 평가한다. 쓰기 능력보다 읽기 능력에 주안점 도담국어 대표는 “세계적 대부호인 빌 게이츠가 디지털 시대의 문화 코드”라고 말했다. 마우스만으로 지배하는 ‘윈도 프로그램’은 순전히 개인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류 문명 발달의 근거였던 자원이 고갈되는 지금, 새로운 상상력만이 미래를 개척할 수 있고, 그러한 상상력의 근원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논술교육”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산의 교육 인프라, 특히 논술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약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교육의 질은 경쟁으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경쟁뿐만이 아니라 강사들의 경쟁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영남권의 경우, 당장의 수익 창출이 이루어지는 과목에 매진하는 강사가 많은 반면, 장기적인 연구 투자가 필요한 논술에 전력하는 강사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하는 강사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공교육 현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그의 말은 거침이 없다. 논술에서 학생들이 사교육을 기웃거리는 것은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는 탓이며, 논술 바람이 드센 속에서도 딱히 내세울 만한 교재 하나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일선 교사들의 열성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이 통합교과논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 사람이 논술은 쓰기 능력을 시험하는 과목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는 큰 오해입니다. 기존의 논술과 달리 통합교과논술은 쓰기 능력보다도 제시문 분석 능력 등 고도의 읽기 능력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논술은 4~5개 정도의 제시문을 준 뒤 제시문의 상호 연관관계 등을 파악해낼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과목으로, 내신에 대한 불신과 수능시험의 무기력화가 학생 선발에서 변별력을 약화시킴에 따라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초·중학생의 조기 논술 열풍에 대해서도 그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감성과 이성의 균형적 성장이 필요한 나이에 논리적 사고만 추구함으로써 사고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상업적 논리에 의하여 아이들의 지적 능력 이상으로 과도한 독서를 강조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인도 소화하기 힘든 서울대 권장도서를 초·중학생들에게 읽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교육특구인 부산광역시 동래구에서 ‘도담국어’를 운영하는 심재철 원장은 17년간 입시 현장에서 몸담은 베테랑 입시전문가다. 1994년 처음 시행된 논술고사 이후 한결같이 정시논술을 지도해온 그는 현재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수 있는 논술전문 강사로 알려져 있다. 재수생 종합반 학원인 부산학원에서 서울대반 등 최상위 학생을 대상으로 언어영역을 강의했으며, 대학에서 4년 간 ‘소설 문예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 대학서 ‘소설문예창작’ 강의하기도 그는 자신이 ‘글’과 친해지게 된 것은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1999년까지 문예활동으로 더욱 이름을 날렸던 소설가였다.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스무 살 재수시절, 우연히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을 읽은 그는 운명처럼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사람이 결코 알 수 없는 일’ 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하였고, ‘나는 타히티로 간다’ 등 장편소설을 출판하기도 했다. 문예활동을 통해 다양한 간접경험을 하며 사고의 폭을 넓힌 그는 이같은 삶의 경험들이 수험생들의 실전 논술을 지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의 논술교육은 학생 개개인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둔다. 국·영·수 중심의 객관식 문항과 달리 논술은 개인의 잠재적 역량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2년제 대학 진학을 실패하고 이듬해 논술 특기생으로 고려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 박종필군을 예로 들며 “대상에 대한 통찰력과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난 다양한 관점이 새 시대가 요구하는 전인교육의 참모습”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학생 스스로 논리를 키우도록 지도한다. 논술은 특별한 능력을 요구하는 시험이 아니다. 논리라는 것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월드컵 축구에서 ‘붉은 악마’의 경우, 맹목적인 추종이 아니라 그 이면을 확인하는 것에서도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열광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지도자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상업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는 “논리는 생활 주변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에서도 얼마든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철학이나 논리라는 단어에 대한 편견 때문에 논술을 거창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생활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논리적 판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려는 노력으로도 논술적 사고는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 박태환 선수가 피나는 훈련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것처럼, 논술 또한 훈련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국제무대에서 경쟁해야 할 우리 아이들은 현재 좁은 교육의 틀에서 편협된 사고를 가지고 자라고 있습니다. 정도를 걷는 것이 시간이 걸리는 것 같지만 결국 가장 빠른 길인 것처럼, 단기간의 점수 향상을 위한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을 추구하면서 학생들의 주체적인 사고력을 키워야 합니다.” <부산·울산·경남본부|조현진 기자 jhj@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