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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독서 기출

대칭적, 비대칭적 신화적 사고

신화는 본래 국가라는 체제를 갖추지 않은 사회에서 발생하여 발달해 왔다. 신화에서는 신과 인간 그리고 동물 사이에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은 없었다. 신과 동물은 인간처럼 행동했고, 인간의 말을 사용했으며, 그들은 서로 결혼할 수도 있었다. 즉 신화에는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들 사이에 ‘대칭’적인 관계가 구축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신화를 지닌 사회에서는 인간이 동물에 비해 일방적인 우위에 있거나, 절대적 권력 같은 것이 인간에게 강압적으로 힘을 휘두르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신화를 가지고 있는 대칭성 사회에서 인간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며 동물은 ‘자연’ 상태 그대로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문화’ 덕택에 인간은 욕망을 억누르고 절제된 행동을 하며, 사회의 합리적인 운행을 위한 규칙을 지키면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화’가 ‘자연’의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은 동물이 ‘자연’ 상태 그대로 살고 있어서, 그 덕분에 인간이 쉽게 접할 수도, 손에 넣을 수도 없는 ‘자연의 힘’의 비밀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즉 이 세계의 진정한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오히려 동물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존을 위해서 동물과 더불어 살아야 했고, 자연에서 생존하는 그들의 삶을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신화나 제의를 통해서 동물과의 유대 관계를 회복․유지하면서 ‘자연의 힘’의 비밀에 접근하고자 했다. 또한 이런 대칭성의 관계가 깨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신화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가가 형성되면서 대칭성의 관계가 깨지고 만다. 국가라는 체제 속에서 살게 된 인간은 자신들이 가진 ‘문화’를 과시하면서 동시에 원래는 동물의 소유였던 ‘자연의 힘’의 비밀마저도 자신의 수중에 넣으려고 했다. ‘자연’과 대칭적인 관계에서 가치를 지니던 ‘문화’는 이제 균형을 상실한 ‘문명’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문명’과 ‘야만’을 차별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인간은 상대가 동물이든 인간이든, 그 상대에 대해 야만스럽다고 비난하기도 하고, 그에 비해 자신들이 문명적이라며 우쭐대기도 한다. ‘비대칭’과 ‘차별’이 인류의 ‘문명’을 가져왔다고 여기면서, 신화로부터 탈피하는 것이 진보라는 식으로 떠들어대다가 결국 동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자연의 섭리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비대칭성 사회는 ‘문명’과 ‘야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차별을 정당화하며, 권력이나 부의 불균형을 가져왔다.

현대 사회가 가져온 여러 문제들에 직면한 오늘날, 신화적 사고는 이런 비대칭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로의 인식 전환을 위한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이 더 이상 힘의 우위를 따지면서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로 인하여 더욱 조화로운 삶과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대칭적인 관계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2011학년도 9월 모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