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가원 독서 기출

스펜스의 평가 신호와 관례 신호

왜 사람들은 더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할까? 전문직 종사자들이 고급 승용차를 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 스펜스는 이러한 현상을, 개별 경제 주체들이 상호 간 정보 보유량의 격차가 있는 시장에 참여하면서 그 문제를 조정해 가는 과정으로 분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정보량이 풍부한 쪽은 정보량이 부족한 쪽에게 자신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 결과 위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경제 주체의 속성을 알려주는 인지 가능한 행위나 형태를 ‘신호’라고 하며, 신호를 보내거나 받는 측을 각각 발신자와 수신자라 일컫는다. 이때 발신자는 수신자에게 자신들이 신호를 보낼 능력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신호를 보낼 수 없는 다른 이들에게 핸디캡이 생기도록 만들며, 이를 통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는 것이다. 

 


발신자가 보내는 신호는 그 성격에 따라 평가 신호와 관례 신호로 나뉜다. 먼저 평가 신호는 신호를 만들기 위해 높은 비용이 수반되는 신호를 말한다. 또한 신호와 발신자의 속성 간에 내적 연관이 요구된다. 따라서 수신자에게 높은 신뢰도를 줄 수 있다. 구직자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하여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좋은 예이다.

반면 관례 신호는 신호를 만들기 위한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신호와 발신자의 속성 간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호를 말한다. 관례 신호는 발신자가 신호를 만들기 위하여 그러한 특성을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호는 발신자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핸디캡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자주 사용된다. 지식인처럼 보이기 위해 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전문 서적을 들고 다니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평가 신호와 관례 신호 모두 기만에 노출되어 있다. 기만이란 신호와 관련된 속성을 갖지 못한 발신자들이 마치 그러한 속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신호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기 소개서를 허위로 작성한다거나, 학력을 위조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수신자 입장에서 기만으로 인한 피해가 미미하다면, 발신자의 기만 행위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만을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기만을 적발 당했을 때 지불해야 할 비용보다 낮다면 기만이 지나치게 확산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수신자는 발신자들의 신호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며, 그 결과 정직한 신호를 보낸 발신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2011학년도 9월 모평